빈트 서프 구글 수석 인터넷 전도사. /사진=구글 코리아
"인공지능(AI)을 두고 경쟁하면 정보를 숨겨 발전 속도가 느려질 수 있습니다. 저는 자유롭게 실험할 수 있는 공개된 AI 모델이 존재하는 것이 기쁩니다."
'구글 클라우드 넥스트 2025'가 개막한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난 빈트 서프 구글 수석 인터넷 전도사는 국가 간 AI 협력이 경쟁보다 이로운 결과를 낼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인터넷의 토대가 된 네트워킹 프로토콜(통신 규약) 'TCP/IP' 개발에 기여한 공로로 '인터넷의 아버지'로 불린다.
TCP/IP는 컴퓨터와 네트워크 장치 간 데이터 전송을 관리하고 최적화한다. 오늘날 상용화된 인터넷 통신은 대부분 TCP/IP 방식을 따른다.
그는 "모두가 개방된 인터넷 환경의 덕을 보고 있다"며 "그 개방성은 팀 버너스 리로 하여금 'www'(월드 와이드 웹)를 만들고, 유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 정보를 공유하게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모든 이들의 기술 수준을 높일 수 있다"며 "구글도 이를 위해 소프트웨어, 안드로이드, 크롬 등 모델 다수를 공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터넷 프로토콜의 선구자인 그는 AI 에이전트 프로토콜에 대해 명확한 규범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해 AI 스타트업 앤스로픽은 AI 챗봇과 데이터 시스템을 연결하는 표준인 'MCP'를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구글 클라우드도 '구글 클라우드 넥스트 2025'에서 MCP를 공식 지원한다고 밝혔다.
서프 전도사는 "에이전트가 명확히 정의된 통신 언어를 가져야 한다고 확신한다"며 "자연어로 소통할 때는 종종 오해가 생기는데, 에이전트들끼리 그런 오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의미가 명확하게 정의된 언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자연어로 된 거대언어모델(LLM)에 대해서는 '기대 반 우려 반'이란 시각을 보였다.
자연어란 인간이 일상에서 사용하는 언어로, AI가 이를 너무나 잘 구현할 경우 인간의 판단이 흐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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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강남구 대치동 구글 캠퍼스 서울에서 빈트 서프 구글 부사장이 강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프 전도사는 "자연어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능력은 AI 응용 기술을 사용하는 데 큰 촉진제가 되지만, 잘 정제된 언어이므로 틀린 내용이라도 믿기 쉬운 요소가 있다"며 "(LLM이 생성한) 기사 주제를 잘 알고 있다면 잘못된 부분을 쉽게 발견할 수 있지만, 잘 모른다면 (너무 자연스럽기 때문에) 그것이 맞는지 판단할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보의 많은 부분이 이제는 AI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우리가 접하고 듣는 내용에 대해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모델 혁신을 위해서는 소형 모델을 유용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중국 AI 모델 '딥시크'의 증류 버전을 호평했다.
증류는 AI 모델이 다른 모델의 출력 결과를 훈련 목적으로 사용해 유사한 기능을 개발하는 방식이다.
서프 전도사는 "중국 딥시크에서 수행한 모델은 아주 똑똑한 방식이었다"며 "기존의 대형 기초 모델을 활용해 소형 모델을 학습시킨 것으로, 매우 효과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한 콘퍼런스에서 "'핫 토픽'(hot topic)이라는 이유만으로 챗봇 AI에 앞다퉈 투자하지 말라"고 발언한 것을 두고는 AI 기술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그 이후로 LLM 내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이해하려는 연구가 많이 진행됐다"며 LLM의 뉴런(뇌세포 역할)을 각각 분해해 어느 입력에 반응하는지 파악하는 '스파스 코딩'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프 전도사는 "가장 크게 우려하는 부분은 모델이 아직 신뢰할 수 없을 때 성급하게 사용하는 것"이라며 "모델이 왜 잘못된 출력을 생성하는지를 감지하고, 멈추게 할 수 있는지 연구하는 분야에 한국이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화 음성을 번역하는 구글의 '라이브 트랜스크라이브'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대화 내용을 변환하며 인터뷰에 임했다.
20세기 '인터넷의 선구자'라는 별칭에 국한되지 않으며 새로운 기술을 끊임없이 이해하려는 자세가 인상적이었다.
서프 전도사는 "인터넷 초창기 시절에는 '당신의 미래엔 인터넷이 있으니, 저항은 무의미하다'고 말하곤 했다"며 "AI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