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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과 시의 경계를 넘나들며 '한국문학의 독보적 스타일리스트'로 평가받았던 원로 작가 윤후명 씨가 8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79세.
1946년 강릉에서 태어난 고인은 연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시인이자 소설가로 활동했으며 국민대 문예창작대학원 겸임교수를 지냈다.
그는 196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시 '빙하의 새'가 당선되며 등단했고, 197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산역(山役)'이 뽑혀 소설가로도 데뷔했다.
고인은 소설과 시의 경계, 시공간의 한계를 무너뜨리는 '한국문학의 독보적 스타일리스트'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시와 소설 양쪽에서 왕성하게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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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장편 '약속없는 세대', '별까지 우리가', '협궤열차', '이별의 노래'를 썼고 단편집 '돈황의 사랑', '부활하는 새', '원숭이는 없다' 등을 냈다. 시집은 '명궁(名弓)', '홀로 등불을 상처 위에 켜다', '먼지 같은 사랑' 등을 발표했다.
뛰어난 작품성을 인정받아 녹원문학상(1983), 소설문학작품상(1984), 현대문학상(1994), 이상문학상(1995), 김동리문학상(2007) 등 다수의 문학상을 받았으며 2023년 대한민국 문화예술상(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그는 소설이 기승전결의 서사를 갖춰야 한다는 관념을 떨치고 이미지에 집중하는 새로운 시도로 주목받았다. 마치 시와 같은 스타일의 소설 때문에 "그게 소설이냐"는 의구심을 드러낸 이들도 있었지만, 고인은 문학적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2017년에는 등단 50주년을 맞이해 12권으로 구성된 '윤후명 소설전집'(은행나무)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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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7월 1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윤후명 소설 전집 완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윤후명 작가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인은 다른 여러 문학계의 거목들과 활발하게 교류하면서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1969년에는 강은교·김형영·정희성 등과 시 동인 모임 '칠십년대'를 결성해 동인지를 펴냈으며 1980년에는 이문열·김원우 등과 동인지 '작가'를 창간했다.
2014∼2022년 아홉 차례 수림문학상 심사위원장을 맡아 재능 있는 후배 문학가를 발굴하고 양성하는 데 기여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허영숙 씨와 자녀 윤하나내린·윤하나차린·윤하나그린 씨, 사위 조준휘 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 종로구 소재 서울대병원장례식장에 마련될 예정이며 발인은 10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