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풍제약, 과거의 흥망과 미래를 위한 도약

연구·개발(R&D)에 지속적인 투자를 통한 신약 개발과 글로벌 시장 확장 필요

정도기 기자 승인 2024.12.17 10:09 | 최종 수정 2024.12.17 13:08 의견 0
이미지 (신풍제약 제공)

2020년 초, 신풍제약의 주가는 말라리아 치료제 피라맥스가 코로나19 치료제로 효과가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급등했다. 2020년 2월 당시 주가는 약 6,400원, 시가총액 3,390억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같은 해 9월 주가는 21만 4,000원으로 치솟으며 시가총액은 11조 3,380억원에 달했다. 피라맥스가 코로나19 치료제로 주목받으면서 바이오·제약 섹터에서 신풍제약은 단기간에 시장의 중심에 섰다.

2024년 12월 16일 기준으로 신풍제약의 주가는 1만 900원까지 떨어졌고, 시가총액은 5,775억원으로 급락했다. 이는 코로나19 치료제로서 피라맥스의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감소한 데다, 내부 경영 문제와 신뢰도 하락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 장원준 전 사장의 법정구속과 경영 투명성 문제

2024년 9월 13일, 신풍제약의 장원준 전 사장은 약 91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허위 재무제표를 작성한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었다. 서울고등법원은 그의 행위가 기업 신뢰도를 크게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피해 복구를 위한 공탁과 송금 노력을 참작해 형량이 일부 줄었다.

재판부는 "장 전 사장은 횡령 과정에서 신풍제약의 자금으로 배임 행위를 저질러 기업 경영과 거래 청렴성을 크게 훼손했다"며 "그로 인해 발생한 신풍제약의 기업 신뢰도 하락 결과 또한 쉽게 회복될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재판부는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던 중에도 비자금 조성 관련 범행을 계속했고 과거 처벌 전력이 있음에도 재차 외부감사법 위반 범행을 저질렀다"고 지적하며 그의 행동이 반복적이고 계획적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주주들은 장원준 전 사장의 구속에 대해 환영의 뜻을 표하며, 회사가 내부 통제를 강화하고 경영 투명성을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를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이미지 (신풍제약 제공)

▷ 피라맥스, 코로나19 치료제로서의 가능성과 향후 전망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주목받았던 피라맥스는 지난 11월 대한감염·항균요법학회에서 임상 3상(PROVIDENCE-2) 결과를 발표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 피라맥스는 중증화 억제 효과는 입증하지 못했으나, 조기 투약 시 증상 소실 시간을 단축하고 롱코비드 예방 가능성을 보여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임상 결과에 따르면, 증상 발현 후 72시간 이내에 피라맥스를 투약한 환자 234명에서 증상 소실 시간이 위약군보다 유의하게 단축(위험률 1.22, p=0.0469)되었고, 29일 이후 증상 재발 비율도 낮았다. 이는 특히 백신 접종률이 낮은 지역이나 변이 확산 상황에서 조기 투약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신풍제약은 피라맥스의 임상 결과를 국제 학술지에 발표할 예정이며, 피어 리뷰(Peer Review)를 통해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면 국내외 허가 및 시장 확장에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코로나19 치료제로 사용되는 팍스로비드(Paxlovid)와 몰누피라비르(Molnupiravir)는 고위험군 환자에서 입원과 사망을 줄이는 데 효과를 입증했으나, 경증 및 중등증 환자에 적합한 치료제가 부족한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증상 소실 시간 단축과 재발률 감소에 긍정적인 결과를 보인 피라맥스가 향후 치료제로 활용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말라리아 치료제 ‘피라맥스’의 글로벌 성과

피라맥스정과 과립은 신풍제약과 MMV(Medicines for Malaria Venture)가 공동 개발한 제품으로, 각각 2012년과 2015년에 EMA(유럽의약품청)로부터 신약 허가 승인을 획득했다. 이후 피라맥스는 말라리아 치료제로 자리 잡으며 글로벌 시장에서 꾸준히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2024년에는 수출액 100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신풍제약은 미국 정부의 글로벌 말라리아 퇴치 지원 프로그램(PMI)에서 최적의 공급업체로 선정되며 국제적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내년에는 피라맥스의 매출 확대에 대한 기대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 SP-8203: 혁신적 허혈성 뇌졸중 치료제의 가능성

세계보건기구(WHO)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매년 약 1,600만 명이 뇌졸중에 걸리며, 이 중 약 1,400만 명은 허혈성 뇌졸중(뇌경색), 나머지 약 200만 명은 출혈성 뇌졸중(뇌출혈)으로 발생한다. 이로 인해 연간 약 600만 명이 사망하고, 약 500만 명이 영구적인 장애를 겪는다. 허혈성 뇌졸중은 발병 원인의 90% 이상이 고혈압에 의해 발생하며, 그 규모는 약 1,300만 명에 달한다.

허혈성 뇌졸중은 막힌 뇌혈관으로 인해 뇌혈류가 감소하고 뇌조직이 기능을 상실하는 질환으로, 세계 사망 원인 2위에 해당한다. 신풍제약이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는 SP-8203 (Otaplimastat, 오탑리마스타트)은 계열 내 최초 약물(First-In-Class)로 혁신 신약 후보물질이다.

SP-8203의 전기 및 후기 2상 임상시험 결과를 보면 허혈성 뇌졸중 환자의 신경학적·기능적 장애 개선 효과 입증 및 뇌경색 부피 증가 억제 효력이 확인되어 기존 표준 치료제인 tPA(혈전용해제)와 병용이 가능한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다. 임상 3상이 성공적으로 완료된다면 허혈성 뇌졸중의 거의 유일한 치료제인 tPA의 시장 규모를 크게 확장시킬 수 있는 병용 치료제로서 자리매김하여 향후 블럭버스터 후보 약물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관절염 치료제 ‘하이알플렉스주’의 성공적인 도입

2024년 7월, 신풍제약은 관절염 치료제 하이알플렉스주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받았다. 하이알플렉스주는 기존 치료제 대비 관절강 유지력과 연골 보호 효과가 우수한 것으로 평가되며, 임상 3상에서 LG화학의 시노비안과 비열등성을 입증했다.

하이알플렉스주는 기존 히알루론산 제품군인 메디커튼, 하이알주, 하이알포르테주를 보완하며, 관절염 치료제 시장에서 신풍제약의 입지를 한층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이알플렉스주의 출시로 신풍제약은 매출 다각화와 영업이익 개선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는 관절염 치료제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신풍제약의 수익 기반을 더욱 안정적으로 다질 것으로 전망된다.

▷ 향후 과제

신풍제약은 장원준 전 사장의 법정구속과 기업 신뢰도 하락이라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위기 속에서도 피라맥스, SP-8203, 하이알플렉스주와 같은 주요 신약들은 회사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앞으로 신풍제약은 연구·개발(R&D)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글로벌 시장 확장을 통해 경영 투명성 강화와 투자자 신뢰 회복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이는 과거의 위기를 극복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제약회사로 재도약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제다.

특히, 신약 개발 성과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확고히 한다면, 국내 제약산업의 선두주자로서 블록버스터 약물의 성공 사례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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