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16일, 한국 증시는 종목별 차별화된 흐름 속에서 코스피는 소폭 상승하고 코스닥은 하락세로 마감되었다.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0.21% 오른 2,626.87을 기록하며 외국인과 기관의 저가 매수세가 일부 유입되었고, 반면 코스닥 지수는 1.11% 하락한 725.07로 마감되며 중소형 성장주에 대한 차익 실현 매물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거래대금은 코스피 10조 원, 코스닥 7조 1천억 원으로 전일과 유사한 수준을 유지했고, 시가총액은 코스피 2,138조 원, 코스닥 367조 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시장에서는 글로벌 증시 상승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술주에 대한 경계 심리가 여전히 남아 있는 분위기다.
글로벌 증시는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0.78% 오른 42,654.74포인트로 마감되었고, 나스닥 종합지수는 0.52% 상승한 19,211.10포인트를 기록하며 기술주 강세가 다시 한 번 시장을 이끌었다.
NZSI INDEX도 0.60% 상승한 1,017.55포인트로 마감되며 최근의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지수 도입 이후 누적 성과를 보면, 한국 시장에 편입된 6개 종목은 평균 6.72% 상승한 반면, 글로벌 증시에 포함된 14개 종목은 평균 0.37% 하락하여 양 시장 간 성과 격차는 점차 축소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분간 대외 환경 변수와 종목별 실적 흐름에 따라 국내 증시가 박스권 내 등락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며, 특히 코스닥 시장의 경우 실적 부진 우려와 수급 불안정성이 지속적인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오늘은 한국 2차전지 산업의 현실에 대해 간단히 의견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2020년대 초반, 2차전지 시장은 전기차 수요 폭증과 함께 급격한 성장세를 보였다. 전기차뿐 아니라 에너지저장시스템(ESS), 스마트기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충전식 배터리의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글로벌 배터리 산업은 황금기를 맞았다. 시장조사기관 IMARC에 따르면, 세계 2차전지 시장 규모는 2024년 기준 약 1,278억 달러에 달하며, 2033년까지 약2,768억 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평균 성장률은 약 8.5% 수준으로, 배터리 산업은 명실상부한 미래산업의 핵심 축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이러한 기회의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은 자가당착적인 전략과 방어적 자세로 인해 주도권을 놓쳤다. CATL, BYD 등 중국계 기업들은 대량생산, 저비용 구조,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을 앞세워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했다. CATL은 2024년 기준 전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38.3%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1위를 지켰고, BYD는 16.7%로 2위를 차지했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은 10.7%로 3위, SK온과 삼성SDI는 각각 4.9%, 4.6%에 머물렀다. 한국 기업들은 기술력과 프리미엄 시장에 집중하며 고부가가치 전략을 추진했지만, 글로벌 가격 경쟁과 공급망 재편 속에서 역부족이었다.
문제는 이 같은 산업의 구조적 위기를 기술 혁신이나 전략 재편으로 돌파하지 못한 채, 단기 재무적 수익에 집착했다는 점이다. LG, 에코프로 등 주요 기업들은 물적분할과 자회사 상장이라는 수단을 통해 투자금을 조달하고 단기 실적을 부풀리는 데 주력했다. 이러한 행보는 산업의 본질적 경쟁력 강화보다는 주주가치 훼손과 시장 신뢰 상실로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2024년 한국의 대표 배터리주들은 사상 최저가를 연이어 경신하며, LG에너지솔루션은 삼성바이오로직스에게 시가총액 3위 자리를 내주는 등 시장의 혹독한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배터리 산업의 캐즘"을 이야기하며 단기적 실적 부진을 방어하는 사이, 중국 기업들은 과감한 확장과 기술 투자로 시장을 선점했다. 특히 BYD는 전기차 내재화 전략을 통해 배터리 자급자족 구조를 확립했고, CATL은 헝가리, 인도네시아, 독일 등지에 거점을 확장하며 진정한 글로벌 플레이어로 도약했다. 반면, 한국 기업들은 여전히 미국 IRA 대응, 유럽 공급망 분산 등의 외부 변수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배터리 산업의 재도약 가능성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해답은 차세대 배터리 기술, 즉 전고체 배터리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한계인 발화 위험, 낮은 에너지 밀도, 느린 충전 속도 등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고체 전해질을 사용함으로써 안정성과 내구성을 강화하고, 금속 리튬 음극을 활용해 에너지 밀도를 대폭 향상시킬 수 있다. 이 때문에 글로벌 완성차 기업과 배터리 업체들이 앞다퉈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투자하고 있으며, 상용화 경쟁도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한국의 배터리 3사는 모두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공식화하고 있다. 삼성SDI는 2023년부터 시제품 생산을 시작했고, LG에너지솔루션은 2027년 전후 상용화를 목표로 양산 준비에 들어갔다. SK온 역시 이르면 2028년을 목표로 전고체 기술 고도화에 나서고 있다. 다만 문제는 여전히 기술 불확실성과 투자 회수 지연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이처럼 전고체 배터리라는 '기회의 창'은 열려 있지만, 한국 기업이 이 기회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산업 전략 전환이 필요하다. 첫째, 시장에 대한 신뢰 회복이 우선이다. 반복된 물적분할과 상장으로 손실을 본 소액주주들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어떠한 기술적 성과도 제대로 된 자금 유치와 기업 가치로 연결되기 어렵다. 둘째, 글로벌 공급망에서의 경쟁력을 다시 확보해야 한다. 미국과 유럽의 정책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면서도, 중국과 차별화된 기술력과 품질로 승부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결국 2차전지 산업의 위기는 단지 업황의 일시적 부진 때문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이 위기를 기술 도약과 시장 신뢰 회복의 계기로 삼는다면, 한국 배터리 산업은 다시 세계의 중심으로 돌아올 수 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방어적 논리와 재무적 술수에 머문다면, 더 이상 회복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2025년을 기점으로 한국 배터리 산업은 진정한 전환점에 서 있다. 세계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기술은 실적을 만들고, 실적은 신뢰를 낳는다. 지금이야말로 과거의 전략을 반성하고, 미래 산업 패권을 향한 본질적 경쟁력 확보에 나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