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에 닭고기가 진열되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보팀장 류승우 기자 | 브라질 닭고기 수출 중단으로 국내 치킨업계와 급식업계에 비상등이 켜졌다. 닭고기 수입량의 86%를 차지하는 브라질산 수입길이 막히며, 순살 치킨 중심 프랜차이즈와 급식 시장의 혼란이 불가피해졌다. 당장 일부 업체는 달걀과 두부로 급식 대체에 나섰고, 국내 닭고기주는 일제히 급등했다.
국내 수입 닭고기 86% ‘브라질산’…수급 차질 현실화
브라질 정부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 발생을 이유로 60일간 닭고기 수출 중단 조치를 내리면서, 한국 치킨 시장의 핵심 공급망이 흔들리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가 수입한 닭고기 18만3천t 가운데 86.1%가 브라질산이다. 연간 전체 소비량(80만t)의 약 20%를 브라질산이 차지한 셈이다.
정부는 이날 닭고기 가공·유통업체들과 긴급 회의를 열고 재고 파악 및 수입선 다변화를 논의했다. 농식품부는 “현 재고로 2개월은 버틸 수 있지만, 수입선 전환이나 국내 생산 확대 없이는 대응이 어렵다”고 밝혔다.
지코바·노랑통닭 “매출 80% 타격”…가격 인상 초읽기
특히 프랜차이즈 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지코바 치킨의 순살메뉴는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브라질산 닭고기에 의존하고 있다. 지코바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수입 중단 소식에 주말 사이 내부 비상 점검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노랑통닭도 브라질산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확보한 재고로 버티는 동안, 신규 수입처 확보와 국내산 전환도 병행 검토 중이다.
맘스터치는 2개월 치 재고를 확보했지만, “추가 확보 없이는 공급 차질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반면, BHC와 교촌치킨은 국내산·태국산으로 대체한 상태라며 비교적 여유 있는 모습이다. BBQ는 일부 야구장 매장에서만 브라질산을 사용 중이다.
X
급식업계도 ‘닭고기 줄이고 달걀·두부로 대체’
학교·기업 등에 납품하는 급식업계도 혼란을 겪고 있다. 한 급식업체 관계자는 “수입이 막히면서 닭고기 식단을 줄이고 두부·달걀 등으로 단백질 식재료를 전환 중”이라고 전했다.
업계 1위 삼성웰스토리도 “브라질산 비중이 높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내부 대응에 착수한 상태다.
국내 닭고기주는 급등…하림·마니커 ‘상한가’
브라질산 공급 공백이 장기화될 경우, 국내산 닭고기에 대한 수요가 폭증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주식시장도 즉각 반응했다.
하림은 이날 25.2% 급등한 3,800원에 마감, 마니커는 상한가(30%)를 기록했다. 마니커에프앤지와 동우팜투테이블도 각각 12% 넘게 급등했다.
업계 관계자는 “브라질 사태가 장기화되면 국내 공급망의 회복력과 정부 대응이 가격을 좌우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치킨 값 오른다” 현실화 우려…정부 ‘늑장 대응’ 지적도
정부는 제3국 수입 확대를 위해 태국·중국산 닭고기에 할당관세 적용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조치가 늦어질 경우,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치킨값 급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국가 비상식량 체계에서 20%를 차지하는 식재료의 수입 리스크를 왜 미리 대비하지 않았느냐”는 늑장 대응 비판도 고개를 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