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영훈당 발굴 사진. /사진=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근대 문명의 상징인 전기가 궁궐에 어떻게 도입됐는지 엿볼 수 있는 공간이 경복궁 안에 생긴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는 대한전기협회와 함께 경복궁 안에 '영훈당과 등소(燈所·전기 발전소)' 홍보관을 개관한다고 11일 밝혔다.
경복궁 영훈당은 흥복전 북쪽에 있는 전각이다.
서편으로 함화당·집경당이 나란히 있으며 고종(재위 1863∼1907) 대 경복궁을 중건하면서 새롭게 건물을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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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배치도 내 전기등소 고려대학교박물관 소장. /사진=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건물 이름은 '향기가 영원히 이어진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에 경복궁의 여러 전각이 철거되는 과정에서 사라지는 아픔을 겪은 바 있다.
새로 문을 여는 홍보관은 영훈당 복원과 궁궐 내 전기 도입 역사를 소개한다.
과거 왕실과 관청에 그릇을 납품하던 지규식(1851∼1911년 이후)이 남긴 기록인 '하재일기'(荷齋日記)를 비롯해 영훈당과 관련한 기록을 살펴볼 수 있다.
'하재일기' 표지(왼쪽)와 영훈당이 언급된 부분 규장각 소장. /사진=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경복궁의 평면 배치도인 '북궐도형'(北闕圖形)에 기록된 영훈당 위치, 2015∼2016년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이 진행한 발굴 조사 사진 등도 공개한다.
영훈당 권역 북쪽에서 확인된 전기등소는 특히 주목할 만하다.
궁능유적본부는 "관련 유물과 터가 확인된 등소는 대한제국기 근대 문명의 상징인 전기가 궁궐에 본격 도입됐음을 보여주는 귀중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조선 최초의 전기 점등 역사가 담긴 보고서와 사진, 1880년대 에디슨 전등회사에서 생산한 '에디슨 전구' 복제품 등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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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관 전경. /사진=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경복궁 외에 덕수궁에서도 전기발전소를 설치하고자 체결한 계약서, 당시 전기 발전소의 모습이 담긴 도면과 각종 사진 등도 선보인다.
홍보관은 영훈당 복원공사가 완료되는 2027년까지 운영된다.
궁능유적본부 관계자는 "경복궁 내에서 오랜 시간 묵묵히 이어져 온 복원 노력과 근대 문물의 흔적을 함께 조명한 전시가 문화유산 교육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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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관 내부. /사진=[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