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미술관 ‘조선민화전’ 전시 포스터. /사진=아모레퍼시픽


아모레퍼시픽 창립 80주년을 맞아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이 조선시대부터 근대까지 우리 민화를 현대적 시선으로 조명하는 특별전 ‘조선민화전(Beyond Joseon Minhwa)’을 오는 3월 27일부터 6월 29일까지 개최한다. 총 100여 점의 민화와 공예품이 출품되어 한국 전통미의 새로운 면모를 소개한다.

조선시대부터 근대까지… 민화의 미학 재조명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통해 그간 고미술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민화에 새롭게 빛을 비추고자 한다. 민화는 귀족 문화 중심의 정통회화와 달리, 서민의 삶과 감성을 담아낸 예술로, 시대를 초월한 독창성과 상징성으로 최근 재조명되고 있다.

전승창 관장은 “이번 전시는 한국인의 정서와 미감을 담은 민화를 통해 한국미의 본질에 더욱 가까이 다가가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책가도부터 어변성룡도까지… 작품 100여 점 전시
민화 전시는 20개 기관 및 개인 소장자들의 적극적인 협조로 이루어졌다. 대표적으로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이 소장한 이택균 작 ‘책가도 10폭병풍’은 책과 문방구를 통해 지식과 도덕, 권위를 상징하는 작품으로 민화의 철학적 깊이를 보여준다.

‘금강산도 8폭병풍’은 한국의 자연미를 담은 작품으로, 근대기 화풍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그 외에도 ‘제주문자도’, ‘백선도’, ‘수련도’, ‘관동팔경도’ 등 지역과 상징이 다양한 작품들이 대거 공개돼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다양한 소재, 섬세한 표현… 민화의 예술적 스펙트럼
전시는 구성에 있어 주제별·소재별로 민화의 다양한 양상을 조망한다. 동물, 식물, 산수, 문자, 길상 등의 요소들이 담긴 작품을 통해 각각의 소재가 지닌 의미와 그 표현 방식의 다양성을 느낄 수 있다.

일례로 ‘어변성룡도’는 잉어가 용이 되는 과정을 그려낸 그림으로 출세와 성공의 상징이며, ‘호작도’는 호랑이와 까치의 조합을 통해 민중의 풍자와 소망을 담고 있다. 각 민화에 담긴 숨은 상징과 민중의 염원을 함께 읽어내는 재미도 전시의 묘미다.

19명의 논고, 400쪽 전시도록 발간
이번 전시는 단순 감상을 넘어 학술적 깊이까지 갖췄다. 전시 도록에는 국내 민화 연구의 권위자들이 참여해 다양한 시각에서 민화를 분석했다.

회화사, 민속학, 공예사, 디자인사 등 분야를 아우르는 총 19명의 필자가 참여한 논고와, 18명의 전문가가 직접 집필한 상세한 작품 해설은 민화의 예술사적 가치와 현대적 의의를 입체적으로 설명한다. 전시와 함께 도록을 참고한다면 민화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감상이 가능하다.

자원 재활용으로 탄소 절감 실천
전시 공간 구성에서도 환경에 대한 배려가 돋보인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은 ‘지속 가능한 미술관’이라는 비전을 실현하고자, 지난 전시에서 사용한 철제 프레임과 유리 등을 재사용해 탄소 배출과 자재 낭비를 최소화했다.

가벽 설치에도 이전 전시에서 남은 폐자재를 재활용하여 자원 순환을 실천하는 친환경적 전시로 기획되었다. 이는 미술관 운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예술과 환경의 조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시도라 할 수 있다.

민화의 현재와 미래를 잇는 문화행사로 기대
‘조선민화전’은 과거 민화가 지닌 예술성과 민중성을 재조명함과 동시에, 현대미술과 공예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 가능한 문화 자산으로서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민화를 소재로 한 현대 디자인 상품과 콘텐츠가 주목받는 지금, 이번 전시는 민화의 새로운 쓰임과 미래적 가치를 제안하는 의미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예술과 삶을 잇는 전통의 힘을 느끼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번 전시는 깊은 울림을 전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