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일민미술관에서 열린 전시 모습.사진=국가유산청
'자연에서는 귀도 눈도 맑고 상쾌해지니 / 물소리와 산빛 사이에서 평온한 마음 가꾸어야지'(충지 '한중자경' 중에서)
자연을 벗 삼아 살아간 옛사람들의 자취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자리가 열린다.
국가유산청은 세종문화회관과 함께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1관에서 '미음완보(微吟緩步), 전통 정원을 거닐다' 전시를 선보인다고 24일 밝혔다.
미음완보는 조선시대 문인 정극인(1401∼1481)이 지은 가사 '상춘곡'(賞春曲)에 나오는 글귀로, 자연과 교감하고 내면을 바라보는 심미적 과정을 담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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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의 이상향, 별서정원' 미디어아트. /사진= 국가유산청
전시는 한국의 전통 정원을 찬찬히 들여다볼 수 있도록 돕는다.
국가유산청이 2021년부터 전통 조경을 정밀 실측·조사하며 축적해 온 데이터를 활용해 옛사람들이 꾸민 정원과 자연경관을 디지털 기술로 생생하게 구현했다.
지난해 서울 일민미술관에서 한시적으로 열린 전시를 다시 선보이는 것이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한국 전통 조경을 쉽게 이해하고 생생하게 체험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며 "전통 정원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자 다시 전시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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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 일민미술관에서 열린 전시 모습. /사진=국가유산청
전시장 곳곳에서는 자연을 만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계단식 툇마루에 앉아 전통 정원과 자연의 풍광을 감상하고, 명승 '지리산 쌍계사와 불일폭포 일원'을 옮겨놓은 듯한 6m 높이의 폭포 영상을 접할 수 있다.
네모난 연못 안에 둥근 섬을 둔 정원 양식인 방지원도(方池圓島), 국가민속문화유산 '논산 명재고택'의 석가산을 본뜬 3차원 모형 등도 소개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창덕궁 후원의 면면도 화면 위로 펼쳐진다.
'왕의 안식처, 궁궐정원' 미디어 아트(매체예술). /사진=국가유산청
주변 자연과의 조화가 어우러진 후원의 사계절 모습, 고산(孤山) 윤선도(1587∼1671)가 보길도의 자연에 감동해 만든 원림(園林) 풍경을 담은 미디어 아트 영상이 공개된다.
국가유산청은 이날 오후 세종문화회관과 한국의 자연유산을 널리 알리고 관련 콘텐츠를 홍보하는 데 협력하자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체결한다.
국가유산청은 "현대의 분주함 속에서 느린 걸음으로 자연과 인간, 예술이 어우러진 선조들의 발자취를 읊조리며 성찰하는 여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4월 2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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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포스터. /사진=국가유산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