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재 발레리노 지난 8일(현지시간)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53회 로잔발레콩쿠르(the Prix de Lausanne)에서 박윤재 발레리노(16)가 춤을 추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마치 별처럼 반짝반짝 찬란하게 빛날 수 있는, 관객과 소통하고 제가 느끼고 표현하고자 하는 감정을 전달해낼 수 있는 무용수가 되고 싶습니다."
한국인 남자 무용수 최초로 스위스 로잔 발레 콩쿠르(the Prix de Lausanne)에서 우승한 발레리노 박윤재(16·서울예고)가 11일 연합뉴스와 한 서면 인터뷰에서 향후 목표를 이렇게 말했다.
로잔 발레 콩쿠르는 바르나, 잭슨, 모스크바, 파리 콩쿠르와 함께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발레 대회다. 15~18세 학생들만 참가가 가능하고 입상자들은 연계된 해외 발레단이나 발레학교에 갈 수 있어 무용수들의 등용문으로 불린다.
이 대회에서 1985년 강수진 현 국립발레단장이 한국인 최초로 입상했고 2002년 최유희, 2005년 김유진, 2007년 박세은이 우승했다. 박윤재의 로잔 콩쿠르 우승은 한국인 무용수로서는 18년 만의 일이다.
박윤재는 우승 소감에서 로잔 콩쿠르가 발레를 시작했을 때부터 꿈꿔온 무대라고 말했다.
그는 "발레를 시작한 시기부터 유명한 로잔 (콩쿠르) 영상들을 보며 발레를 해서 그런 것 같다"며 "항상 꿈꿔왔던 무대에서 춤을 췄다는 것, 엄청난 선생님과 친구들로부터 배움을 받는 것 자체가 제게는 너무나 영광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는 "'이기고 싶다, 잘하고 싶다, 실수하기 싫다' 이런 생각이 아니라 '즐기고 싶다, 후회 안 하고 싶다'라는 마음이어서 오히려 거의 떨리지 않았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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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재 발레리노 지난 8일(현지시간)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53회 로잔발레콩쿠르(the Prix de Lausanne)에서 박윤재 발레리노(16)가 춤을 추고 있다.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박윤재는 우승 직후 많은 축하를 받았다고 한다. 그는 "너무나도 많은 축하와 관심을 받아서 하루하루 답장을 드리면서 바쁘게 시작하고 있다"며 "부모님과 (로잔에) 따라와서 도와준 누나, (대만 출신 서울예고 교사) 리앙 시후아이 선생님께서 너무너무 기뻐해 주시고 눈물을 흘리면서 축하해주셨다"고 했다. 국내에 있던 박윤재의 어머니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기쁘고 아직도 안 믿긴다. 윤재한테 고맙다"고 말했다.
박윤재는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서 아직 모두 마무리되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인데, 귀국해야 (대회를) 마무리했다는 걸 느낄 것 같다"며 "(귀국 후에는) 편하게 잠도 자고 부담감 없이 여행을 가고 싶다"고 말했다.
로잔 콩쿠르 입상자로서 향후 갈 수 있는 발레학교나 발레단을 정했는지 묻는 말에는 "계획은 아직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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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재 발레리노 지난 8일(현지시간)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53회 로잔발레콩쿠르(the Prix de Lausanne)에서 박윤재 발레리노(16)가 춤을 추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윤재는 다섯 살 때부터 발레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어릴 때부터 누나가 다니던 발레학원에 따라가서 구경하고 따라 하면서 재미가 붙어 (발레를) 시작했다"고 떠올렸다.
박윤재에게 발레는 제일 재미있는 놀이가 됐다. 그는 초등학교 4학년 때 발레 전공을 희망해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학원 원장의 도움으로 초등학교 5학년 때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산하에 있는 한국예술영재원에 다니며 본격적으로 발레를 배웠다. 올해 영재원에서 나왔고 현재는 서울예고에 재학 중이다.
현재 그를 가르치고 있는 서울예고 안윤희 발레과 교사는 "(박윤재는) 좋은 교육을 이미 잘 받고 트레이닝이 된 상태의 학생이었다"며 "탄탄한 기본에 (서울예고 입학 후) 컨템퍼러리 발레 수업 등이 로잔 콩쿠르를 준비하는 데 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예고는 박윤재가 입학한 해 발레과 남학생 수가 여학생 수와 같아져 처음으로 남학생반을 따로 운영했다. 남자 무용수만을 위한 집중적인 교육 환경도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안 교사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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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재 발레리노 지난 8일(현지시간)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53회 로잔발레콩쿠르(the Prix de Lausanne)에서 박윤재 발레리노(16)가 춤을 추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윤재는 "저를 가르쳐주시는 시후아이 선생님께서 해주신 말을 듣고 깨닫게 된 것이 있다"며 "자기 자신이 진심으로 즐겁고 행복하게 춤을 춰야 무용의 본래 진가가 나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응원의 메시지도 남겼다.
"무용을 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면 자기가 걸어온 시간을 의심하지 말고 자신을 믿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