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1일, 한국 증시는 근로자의 날을 맞아 휴장했다.
반면 글로벌 증시는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일 대비 0.21% 상승한 40,752.96포인트에 마감되었고, 나스닥 종합지수는 1.52% 급등한 17,710.74포인트로 장을 마쳤다. 기술주 중심의 매수세가 다시 유입되며 나스닥 지수는 17,700선을 회복했다.
NZSI INDEX는 0.14% 하락한 979.01포인트로 마감되며 소폭 하락 전환하였다. 지수 도입 이후 추이를 보면, 한국 시장에 편입된 6개 종목은 평균6.97% 상승을 기록한 반면, 글로벌 증시에 포함된 14개 종목은 평균 5.98% 하락세를 보이며 양 시장 간 성과 격차는 여전히 유지되는 흐름을 나타냈다.
오늘은 국민연금의 매매 전략에 대해 간단히 의견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국민연금, 투자의 귀재인가 실적 착시의 주체인가”
2024년 1분기, 국민연금은 국내 증시의 변동성 확대 속에서도 대규모 순매수를 단행하며 ‘증시 구원투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민연금을 포함한 연기금은 올해 들어 4월 22일까지 약 6조766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특히 4월 들어서만 2조1987억 원 규모로, 증시가 크게 하락한 시점을 ‘저가 매수 기회’로 보고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연금 측은 자신들의 행보를 ‘싸게 사서 오래 보유하는’ 장기 투자 전략의 일환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자산배분 목표 비중에 따라 자동적으로 매수에 나서는 리밸런싱 규칙도 작동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실제로 2024년 설정된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은 14.9%, 해외 주식은 35.9%다. 증시가 하락할 경우, 이 비중을 유지하기 위해 주식을 추가 매입해야 하므로 매수세가 강화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같은 설명이 과연 정교한 판단에 기반한 능동적 투자 전략인지, 아니면 자동화된 수동적 대응에 불과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국민연금이 대규모로 매입한 종목들의 리스트는 공개되었지만, 언제, 어떤 가격에 매수했는지, 또는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종목을 얼마에 팔았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싸게 샀다’는 주장은 구체적인 수치 없이 의미를 갖기 어렵다.
예컨대, 국민연금은 4월 1일부터 22일까지 삼성전자(3048억 원), 삼성바이오로직스,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SK하이닉스 등 주로 반도체·조선·방산주를 중심으로 순매수에 나섰다. 반대로 바이오와 항공, 2차전지 종목 일부는 순매도했다. 에이비엘바이오(673억 원), 셀트리온, 대한항공, SK이노베이션, 에코프로비엠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 매도 종목들의 과거 매수 단가와 보유 기간 역시 확인되지 않아, 실현 수익인지 손절 매도인지를 판단할 수 없다.
이런 맥락에서 국민연금이 과연 ‘투자의 귀재’라 불릴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제기된다. 수익률이 좋을 때는 운용 실력을 자랑하지만, 시장이 하락할 땐 과거 성과를 반복 인용하거나 장기 전략을 내세워 정당화를 시도하는 행태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실적이 하락한 시점에는 현재의 투자 판단과 방향성에 대한 설명은 찾아보기 어렵고, 전년도 15% 수익률이라는 과거 성과만이 강조된다.
더욱이, 국민연금은 2029년까지 국내 주식 비중을 13%로 축소할 계획이다. 즉, 향후 추가 매수 여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번 대규모 매수는 실제로 장기적 관점에서의 전략적 선택인지, 아니면 일시적 자산비중 조절을 위한 단기성 대응이었는지도 검토가 필요하다.
국민연금은 국내 유동 시가총액의 약 12.9%를 보유한 단일 최대 투자자다. 시장 전체의 유동성을 좌우할 수 있는 영향력을 가진 기관인 만큼, 수익률이 좋다고 해서 박수만 받을 일은 아니다. 시장 상황이 좋을 때 실력을 자랑하고, 하락기에는 과거 실적 뒤에 숨는 전략은 공적 기금 운용자로서의 책임과 신뢰를 약화시킬 수 있다. 진정한 성과란 절대 수익률이 아닌, 시장 변동성과 배당 수익까지 반영한 ‘상대 수익률’을 통해 검증되어야 한다. 국민연금이 진짜로 잘한 것인지, 단지 시장의 상승에 묻어간 것인지를 판단하려면 이러한 상대 수익률 분석이 필수적이다.
투자의 귀재라면 숫자로가 아니라 전략과 결과로 증명해야 한다. 국민연금이 더 이상 ‘과거 수익률’에 기대어 전략을 정당화하는 태도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지금이야말로 매수 시점, 매입단가, 보유기간, 실현 수익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절대가 아닌 ‘상대’ 수익률 기준으로 진정한 실력을 평가받아야 할 시점이다.
국민연금이 진정한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숫자가 아닌 ‘과정’을 입증해야 한다. 매수 시점, 매입 단가, 보유 기간, 실현 수익 여부 등 핵심 정보를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분기별로 자산군별 실적을 정기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더 이상 '잘 샀다'는 주장만으로 국민의 신뢰를 얻기는 어렵다.
수치는 결과를 말하지만, 신뢰는 과정에서 나온다. 이제 국민연금은 단기 '실적'이 아니라 장기 ‘전략’으로 평가받아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