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3일, 대한민국의 정치사에 깊은 상처를 남길 만한 사건이 벌어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회 진입을 차단한 것이다. 국회의사당에 군홧발이 찍히고, 군인이 시민들을 향해 총을 겨누는 장면은 과거 역사 속에서만 봐오던 비극이 아닌 현실이 되어버렸다.
이화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 학생이 작성한 “모든 청춘에게 부쳐”라는 호소문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 청년들의 절박한 목소리를 담고 있다. 글 속에는 청춘들이 느끼는 분노와 슬픔, 그리고 그들을 향한 오해에 대한 반박이 진솔하게 담겨 있다.
글쓴이는 세대적 비난에 반박하며, 현재 20대가 참담한 현실을 겪으며 살아온 세대임을 역설한다. 세월호 참사, 광화문 촛불, 이태원 참사까지, 이들은 역사 속 비극을 목도하며 성장했다. 그렇기에 “우리가 정말 참담함을 모르고 자란 세대입니까?”라는 질문은 단순한 호소를 넘어 자신들의 존재를 증명하려는 울부짖음처럼 다가온다.
특히 “1997년 평화적 정권교체의 청춘이 올해로 고작 스물여덟”이라는 비유는 현재의 민주주의가 얼마나 연약한 기반 위에 서 있는지를 상기시키며, 더 이상 희생과 퇴보를 용납할 수 없음을 강조한다.
호소문은 단순히 학생 개인의 목소리를 넘어 시민들의 마음에도 울림을 주었다. 2024년 12월 6일 현재, 전국 곳곳에서 비상계엄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연대의 뜻을 밝히고 있다. 광화문과 여의도, 대학가를 중심으로 펼쳐진 시위는 20대부터 노년층까지 세대를 초월한 참여가 돋보인다.
시민들은 “우리는 민주주의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외침으로 화답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현 정부에 대한 반발을 넘어,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지키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번 시위는 단지 정부와 시민 간의 갈등이 아닌, 대한민국이 다시금 민주주의를 선택할 수 있는 기로에 서 있음을 보여준다. 비상계엄이라는 이름으로 민주주의의 봄을 짓밟으려는 시도 앞에, 시민들은 하나된 목소리로 저항하며 연대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청춘의 호소는 이제 시민들의 연대와 민주주의를 위한 움직임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들의 외침은 단순히 과거로의 회귀를 막기 위한 것이 아니라, 보다 나은 미래를 향한 다짐이기도 하다. 지금 이 순간, 대한민국의 모든 청춘들과 시민들은 역사 속에서 가장 중요한 선택의 순간을 살아가고 있다.
[원문] 모든 청춘에게 부쳐 호소합니다
2024년 12월 3일,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언하고 국회를 막는 것을 보았습니다.
‘비상계엄령’이 교과서 밖으로 나오는 것을 처음 보았습니다. 국회의사당에 군홧발이 찍히고, 군인이 시민에게 총부리를 들이미는 광경을 생전 처음으로 목도했습니다.
더러는 지금의 20대가 정치에 무심하다고들 합니다. 학생 운동의 맥이 끊긴 세대라고, 자유와 투쟁을 모르고 자랐다고들 합니다. 우리에게 계엄이 낯선 일임은 인정합니다.
그러나 2002년 월드컵을 기억하지 못해도 2014년 세월호를 기억합니다. 2016년의 광화문을 알며, 2022년의 이태원을 압니다.
그러니 묻겠습니다. 우리가 정말 참담함을 모르고 자란 세대입니까? 기계에서 끼여 죽고, 바다에 빠져 죽고, 컨테이너에 갈려 죽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청춘을 진정 모르십니까?
1997년, 최초의 평화적 정권교체가 이루어진 해입니다. 사람으로 따지면 고작해야 올해로 스물여덟이 됩니다. 우리의 평화는 아직 청춘의 동년배입니다. 이화의 벗입니다. 더는 어떤 또래의 죽음도 용인할 수 없습니다.
청춘을, 푸른 봄을, 서울의 봄을 다시 지켜주시기를 간곡히 호소합니다.
2024년 12월 6일
이화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 22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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