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있어도 같은 달 아래"...음식으로 마음의 거리 좁히는 韓 청년

신화통신통신사
2026.09.26·4분 읽기·조회 8

(중국 구이양=신화통신) 음력 8월 15일은 중국의 중추절이자 한국의 추석이다.

한국 청년 문성규 씨는 이날이 다가오면 두 가지 익숙한 맛이 떠오른다. 어려서 한국에서 추석을 쇠며 가족과 함께 빚었던 송편과 중국의 월병이다. 문 씨는 이번 중추절에 중국 직원들과 함께 월병을 자르고 식사를 한 후 한국에 계신 부모님께 영상 전화로 안부를 전할 예정이다.

문 씨는 지난 2020년 구이저우(貴州)성에 왔다. 중국에서 첫 중추절을 보낼 당시 주위에 아는 사람이 없었다. 혼자 조용히 보낼 줄 알았던 중추절 당일, 이웃이 함께 명절을 보내자고 월병을 들고 문을 두드렸다.

"그날의 월병은 정말 달콤했습니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달콤했던 건 월병뿐만이 아니었죠." 그때부터 더 이상 자신이 중국에서 일하는 외국인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됐다면서 "이곳은 점차 제가 생활하는 곳이 됐다"고 말했다.

문성규 씨가 23일 구이저우(貴州)성 쭌이(遵義)시 후이촨(匯川)구에서 운영 중인 한국식 불고기 식당에서 요리하고 있다. (취재원 제공)
문성규 씨가 23일 구이저우(貴州)성 쭌이(遵義)시 후이촨(匯川)구에서 운영 중인 한국식 불고기 식당에서 요리하고 있다. (취재원 제공)

지난 6년 동안 구이양(貴陽)시, 쭌이(遵義)시에서 요식업에 종사해 온 문 씨는 지금 쭌이시에서 한국식 불고깃집을 운영하고 있다. 처음엔 한국의 맛을 그대로 중국 손님에게 전해주고 싶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어떻게 하면 양쪽의 맛을 하나의 테이블에 담을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구이저우 사람들이 매운맛과 신맛을 좋아하듯, 한국 요리도 매운맛, 발효 식품을 빼고는 말할 수 없다는 점을 떠올렸다.

한국 불고기에 구이저우식 고춧가루 양념장을 곁들여 새콤하고 매콤한 '구이양 버전 김치볶음밥'을 만들었다. 이 '생소한' 조합은 뜻밖에도 큰 인기를 끌었다.

그는 "한국인들이 매운 것을 잘 먹는다고 생각했는데 구이저우에 와서 보니 이곳 사람들도 만만치 않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식당에 처음 온 손님 몇몇은 그에게 "진짜 한국인이냐"고 묻고, 여러 번 온 손님은 막 배우기 시작한 한국어로 인사하곤 한다.

그는 손님들에게 상추로 불고기를 싸 먹는 법을 알려주기도 했다.

한국 여행을 갔다 와서 "사장님 고향 음식을 먹고 왔다"고 말하는 단골도 생겼다.

그는 이런 사소한 일들을 통해 음식 하나로 다른 나라에 대한 호기심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처음 구이저우에 왔을 때 약모밀(어성초)을 먹지 못했던 그는 이제 면요리에 약모밀이 빠지면 '뭔가 허전함'을 느낀다. 한국에 갔을 때도 가장 먹고 싶은 요리는 김치찌개가 아니라 구이저우 전통 요리인 쏸탕위(酸湯魚)였다.

명절에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에서 추석을 지내며 고향에서 가족과 모여 송편을 먹었던 것처럼 중국에 온 후로는 월병, 달 구경, 중추절 가족 식사에 익숙해졌다.

그는 양국 사람들이 관심을 표하는 방식도 비슷하다면서 "한국 어른들이 만나면 '밥 먹었느냐'고 묻는 것처럼 중국 사람들도 상대가 밥을 잘 챙겨 먹었는지를 먼저 살핀다"고 설명했다.

올해 중추절에도 그는 송편의 기억을 품고 월병의 달콤함을 맛볼 예정이다. 영상전화 너머 있는 한국의 부모님과 곁에서 수년을 함께한 중국 직원, 친구와 함께....

"멀리 떨어져 있지만 우리 모두 같은 달 아래 있습니다." 그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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