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청, ‘일양약품의 고충 신고 처리 의무 위반’ 인정
지난 4월 본지의 ‘우수사원 표적 조사·징계’ 의혹 보도 후, 고용노동부가 일양약품에 시정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고충 신고 처리 의무를 위반했다는 사실이 공식 인정된 것이다. 여기에 조사를 맡았던 노무사들이 피해자 문답서를 사측에 유출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고충 신고 후, 조사 안 한 일양약품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지난 5월 일양약품에 시정지시 공문을 보냈다. 노동청은 “K씨가 지난해 9월 고충을 신고했음에도, 사측이 조사를 하지 않아 의무 위반”이라고 봤다. 시정기한은 올해 6월 12일이었다.
현재 노동청은 사측이 신고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했는지도 조사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노동청 시정지시 이후, 일양약품은 ‘외부 독립 조사’라는 명목으로 노무법인 온누리에 조사를 위탁했다. 지난 6월 4일, 온누리 노무사 두 명이 K씨와 90분간 면담 조사를 진행했다.
비밀 유지 약속한 노무사들에게 ‘신고자 자료 넘겨라’ 주장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같은 날(6월 4일), 노무사들은 조사 과정 관련 비밀유지서약서에 서명했고 이튿날엔 이메일로도 비밀 유지를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6월 10일, 인사팀 관계자 S씨가 온누리 노무사에게 전화해 신고자 K씨 문답 자료를 넘겨달라고 했다. 당시 상황을 다른 인사팀 관계자가 목격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무사는 앞선 비밀유지서약을 이유로 난색을 표했지만, S씨는 “줄 수 있는 선에서만 주라”며 요구했다.
사측, 본인 동의 없이 문답서 열어봐 · “내부자 색출하라” 발언도
이후, 인사팀 S씨와 다른 관계자(H씨)가 노무법인 사무실을 방문했다. 이들은 본인 동의 없이 K씨 문답서를 열어보고 사진 촬영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답서엔 ‘K씨의 정신과 진료 내역’ 등 민감한 개인정보까지 담겨 있었다.
본지가 입수한 ‘인사팀 관계자와 K씨 간 메신저 대화’가 당시 상황을 뒷받침한다. 대화엔 “사내 상황을 외부로 알린 내부자를 색출하라”는 취지 내용도 담겼다.
K씨는 지난 7월 1일, 해당 노무사 두 명을 서울강남경찰서에 고소했다. 혐의는 ‘공인노무사법상 비밀엄수의무 위반’과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조사 비밀누설 금지 위반’이다.
피해자 보호 차원 유급휴가 신청했지만 거부
6월 6일, K씨는 좌측 갈비뼈 골절과 다발성 찰과상으로 전치 4주 진단을 받고 이틀간 입원했다. 이때 K씨는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 보호 차원 유급휴가’를 신청했지만 회사 총무팀은 이를 거부했다.
총무팀에선 “현재 직장 내 괴롭힘 피신고인과 업무적·물리적 분리조치가 이루어져있다”며 “제반사정에 비춰볼 때 유급휴가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냈다. 또 “개인 사유로 휴가 사용을 희망하는 경우 취업규칙 등에 따라 별도로 휴가를 신청하라”며 “출근하지 않으면 무단결근에 해당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최근 K씨는 급성 스트레스반응과 우울병 에피소드(증세) 진단도 받아, 약물치료를 이어가고 있다.
본 사건 관련 본지 질의에 일양약품 측은 “노동청 시정지시는 괴롭힘이 있었다는 결론이 아닌 조사를 실시하라는 내용”이라며, “외부 노무법인 조사 결과 직장 내 괴롭힘 불인정 의견으로 노동청에 보고됐다”고 밝혔다. 문답서 유출 의혹에 대해선 “조사가 잘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 차원에서 면담 여부 정도를 확인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유급휴가 거부 논란 관련 “골절 상해는 개인 사정에 따른 것으로 직장 내 괴롭힘과 무관하며, 이후 병가 신청에 대해 유급휴가를 부여했다”는 입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