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에이알티, 44억 회사를 90억에…‘영업권 과대계상’ 의혹

코스닥 상장사 한주에이알티(058450)가 직전 사업연도 말 순자산이 약 44억원인 회사를 약 90억원에 사들였다. 인수가는 순자산의 약 2.05배다. 회사는 이 회사를 인수 약 한 달 만에 흡수합병해 소멸시켰고, 그 과정에서 영업권 약 22억원이 장부에 계상됐다.
이 영업권을 포함한 회사 전체 영업권은 인수 이듬해부터 손상되기 시작했다. 2024년 약 36억원, 2025년 약 10억원이 손상돼 2년 사이 약 46억원이 사라졌다. 사들인 직후부터 가치가 녹아내린 셈이다.
손상의 강도는 회사가 기대한 것 많이 달랐다. 2024년 손상검사에서 회사는 미래 매출성장률을 최대 27%로 가정했다. 그런 낙관적 전제에도 손상은 피하지 못했다. 실제 매출은 같은 기간 142억여 원에서 62억여 원으로 반토막 났다. 손상을 막으려는 가정과 실제 실적 사이의 간극이 영업권 산정의 신뢰성을 의심케 하는 지점이다.
90억의 출처와 매도자가 같은 날 쥔 65억
문제의 회사는 안창호 씨가 지분 100%를 보유한 드라마 세트 제작사 스튜디오더블랙이다. 한주에이알티는 2023년 6월 7일 이 회사를 약 90억원에 양수하기로 결정했다.
인수 자금 90억원은 회사의 여윳돈이 아니라 제2회차 전환사채(CB)로 빚으로 마련됐다. CB 약 90억원은 ㈜메타플렉스가 55억원, ㈜힛파크가 20억원, ㈜앨디에이치가 15억원을 나눠 인수했다. 지배한 측의 법인이 사채를 인수해 회사에 자금을 넣고, 그 자금이 특수관계인 회사를 사들이는 데 쓰인 구조다. 이 가운데 메타플렉스의 대표이자 100% 주주는 당시 회사를 지배하던 M&A전문가 김병진씨다.
같은 날 회사는 안창호 씨를 제3자배정 유상증자 대상자로 정해 신주 약 26억원어치를 배정했고, 안창호 씨는 회사에 25억여 원을 납입한 직후 특수관계인 주주로 등재됐다. 한 인물이 같은 날 회사에 25억여 원을 넣으면서 자기 회사 매각 대금 90억원을 받아, 약 65억원을 손에 쥔 셈이다. 그런데 양수 결정 공시에는 거래상대방과 회사의 관계가 '없음'으로 기재됐다. 같은 인물을 특수관계인으로 적은 사업보고서와의 정합성이 의문으로 남는다.
손실은 영업권에서 그치지 않았다
회사 자금의 손실은 영업권만이 아니다. 2025년 말 기준 회사는 특수관계 제조법인 ㈜한주하이텍에 단기대여금 약 97억원을, 중국 관계기업 일야전자위해유한공사에 약 60억원을 대여했다. 한주하이텍은 자본총계가 마이너스인 완전자본잠식 상태이고, 일야전자위해에 대한 채권은 전액 회수불능으로 처리됐다. 특수관계자에 대한 대손충당금 잔액 합계는 약 99억원에 이른다. 한주하이텍 대여 97억원은 한주하이텍 감사보고서에 한주에이알티로부터의 차입금 97억원으로 똑같이 기재돼, 양쪽 장부가 같은 거래를 확인해 준다.
5년 적자에도 매년 '적정'
한주에이알티는 휴대폰 부품 제조사 일야가 전신으로, 사명이 일야하이텍·일야·엔터파트너즈를 거쳐 바뀌었고 사업도 제조에서 영상 세트와 외식 프랜차이즈로 옮겨갔다. 3년 사이 최대주주가 창업가에서 경남제약, 알에프텍, 피앤에이투자조합으로 네 차례 바뀌었다.
이 회사를 약 178억원(2023년 3월)에 인수했다가 약 1년 뒤 약 230억원에 되판 측은 김병진 씨가 지배한 경남제약이다. 이 거래로 약 57억원의 차익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회사가 2023년 재무제표를 수익인식 오류로 재작성해 순자산을 약 21억원 줄인 사실, 5년 연속 적자에도 감사의견이 매년 적정이었던 사실은 확인된 부분이다.
회계·법조계에서는 지배 측이 사채로 회사에 자금을 넣고 그 자금으로 특수관계인 회사를 순자산의 두 배 값에 사들인 뒤 한 달 만에 합병으로 소멸시킨 일련의 흐름을 업무상 배임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거래를 설계한 주체의 고의, 전환사채 자금과 인수대금의 동일성은 계좌·등기 추적 영역으로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한편, 한주에이알티의 재무 기반도 빠르게 얇아지고 있다. 자본총계는 2024년 말 약 204억원에서 2025년 말 약 96억원으로 한 해 사이 100억원 넘게 줄었다. 비슷한 규모의 손실이 한 차례 더 발생하면 자본금(약 74억원) 아래로 내려가 자본잠식 구간에 들어설 수 있고, 이 경우 한국거래소의 형식적 상장폐지·관리종목 요건이 함께 작동할 수 있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한주에이알티에 수차례 질의했지만,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 한주에이알티 담당자는 “현재 해외 출장 중이어서 답변하기 어렵다”라고 짧게 답했을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