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관세 폭탄, 세계 경제질서의 리셋 버튼인가?
2025년 4월 3일, 한국 증시는 글로벌 증시 급락 여파와 외국인 수급 불안이 겹치며 이틀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코스피 지수는 0.76% 하락한 2,486.70, 코스닥 지수는 0.20% 내린 683.49로 마감되었으며, 대형주와 중소형주 모두 제한적인 조정 흐름을 나타냈다. 거래대금은 코스피 10조 7천억 원, 코스닥 7조 4천억 원으로 전일과 유사한 수준을 보였고, 시가총액은 코스피 2,021조 원, 코스닥 344조 원으로 각각 축소되며 투자심리 위축이 지수 전반에 반영됐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무려 3.98% 하락한 40,545.93포인트, 나스닥 종합지수는 5.97% 급락한 16,550.61포인트로 마감되며 투자심리가 급격히 냉각되었다. 시장에서는 미국 트럼프 정부의 상호관세 발표에 대한 불확실성 확대를 주요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나스닥의 낙폭은 팬데믹 이후 가장 큰 수준으로, 반도체·AI·플랫폼 등 성장주의 전방위적 매도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NZSI INDEX는 2.51% 하락한 943.99포인트로 마감되었다. 지수 도입 이후 한국 시장에 편입된 6개 종목은 평균 2.59% 하락, 글로벌 증시에 포함된 14개 종목은 평균 6.89% 하락하며 한국과 글로벌 양 시장 모두 약세 흐름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 하루였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는 미국 기술주의 급락 여파로 대부분 종목이 일제히 조정받은 반면, 한국 시장은 낙폭이 제한적이었지만 수급 불안이 여전히 지속되는 상황이다.
오늘은 미국의 상호관세 조치 의미에 대해 간단히 의견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전격 발표한 전면적 ‘상호관세’ 조치는 단순한 보호무역주의 부활로 치부하기엔 그 이면의 전략적 계산이 너무도 정교하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EU, 대만 등 주요 교역국으로부터 수입되는 모든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이번 조치는 단순히 무역의 문제를 넘어, 미국 패권의 재정렬과 자본의 재배치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표면적으로는 미국이 수십 년간 각국으로부터 ‘갈취당했다’는 트럼프식 언어가 다시 등장했지만, 이 언사는 국민 여론 결집을 위한 수사에 가깝다. 그 실질적 목적은 코로나19 이후 무제한으로 풀렸던 달러 유동성을 흡수하고, 과잉 소비 대신 미국 본토로의 투자 유입을 유도해 자국 경제의 장기 지속가능성을 강화하려는 전략에 있다.
이미 미국은 ‘세계의 공장’에서 멀어진 지 오래다. 고율 관세는 외국 기업에게 “미국에 공장 지어라, 아니면 세금 내라”는 압박 메시지다. 이는 단기적 관세 수입 증가뿐 아니라, 미국 내 제조업 회귀와 고용 확대, 궁극적으로는 중산층 표심을 겨냥한 정치적 포석이기도 하다.
물론 이 같은 조치로 인해 미국 증시가 일시적으로 급락한 것은 피할 수 없는 부작용이다. 하지만 트럼프는 주식시장보다 지지율에 더 큰 관심이 있다. 대다수 미국 유권자에게 중요한 것은 S&P500이 아니라 "내 일자리와 내 나라가 얼마나 강해지는가”다. 그렇기에 이 증시 조정은 일시적일 가능성이 높다. 4월 이후 주요국과의 관세 협상과 조건부 면제 카드가 등장하며, “거래의 달인” 트럼프식 반전이 재차 증시를 끌어올릴 수도 있다.
다만, 중국과의 관계만큼은 예외다. 트럼프 정부가 바라보는 중국은 ‘교역 대상’이 아닌 ‘전략적 적수’다. 따라서 미중 간 디커플링은 더 강력해질 것이며, 중국에 대한 압박은 오히려 미국의 정치적 결속과 공급망 재편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수단이 될 것이다.
한국은 이번 상호관세 조치의 직접적 대상국이며, FTA 체결국임에도 비관세 장벽을 문제삼아 정조준을 받았다. 자동차, 반도체, 배터리 등 주력 수출 품목의 경쟁력이 흔들릴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지금의 한국이 국가적 리더십 공백 상태에 있다는 점이다. 전략 부재와 외교력 결핍은 결국 수출국인 한국에게 치명타로 돌아올 것이다.
이번 ‘트럼프발 관세 전쟁’은 세계화의 퇴조가 아닌, 세계화의 주도권을 재정립하려는 패권국의 반격이다. 미국은 자본주의의 방향을 ‘팽창’에서 ‘내부 재배치’로 바꾸며 새로운 황금기를 준비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언제나 미국 자신이 있다는 사실을, 세계는 다시 한번 마주하고 있다.
이제 한국도 깨어나야 한다. 외교, 산업, 통상 전 분야에서 정밀한 시나리오와 실질적 대응 전략이 수립되지 않는다면, 이번 관세 전쟁은 단순한 무역 손실을 넘어 국가 경제의 핵심 기반을 흔드는 위기로 확산될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이 위기는 한국이 경제 체질을 고도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저부가가치 수출 구조에서 벗어나, AI, 클라우드, 신약, 로봇, 미래 에너지, 소재·부품·장비, 첨단 반도체 등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전략적 전환이 시급하다. 단순히 관세 대응 차원을 넘어서,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국가로 재도약하기 위해 산업 생태계 전체를 혁신하는 구조적 대응이 요구된다.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수세적 대응에 머무를 것인가, 아니면 이번 충격을 기회 삼아 대한민국 경제의 ‘질적 도약’을 이루는 전환점으로 만들 것인가. 위기는 언제나 준비된 자에게 기회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