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신화통신) 졸업식은 더 이상 사람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의 한 로봇 학교에서 로봇 30대가 첫 교육생으로 훈련을 받았다. 두 달여간의 훈련을 거쳐 이 가운데 4대가 졸업해 정식 일자리까지 얻었다.
한 대는 항저우의 박물관에서 안내원으로 일하고, 다른 한 대는 로봇 학교에서 견학 안내를 맡고 있다. 또 한 대는 톈진(天津)의 네슬레 생산 작업장에서 점검 업무를 수행하며, 나머지 한 대는 피아노 공연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이들 로봇의 현장 투입은 체화지능을 현실 세계에 적용하기 위해 로봇을 대규모로 훈련·테스트하고 성능을 개선할 수 있는 공동 인프라가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베이징에서 남서쪽으로 약 105㎞ 떨어진 곳에 건설 중인 '미래도시' 슝안(雄安)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로봇들이 전용 훈련시설에서 쓰레기 수거, 선반 정리, 물품 운반 등 일상적인 작업을 익히고 있다.
훈련사들은 실제 작업장과 공공장소를 그대로 재현한 공간에서 로봇을 훈련한다. 가상현실(VR) 헤드셋과 외골격 장비를 이용해 로봇을 조작하면서 모의 환경에서 각종 작업을 수행하도록 한다.
사람이 업무에 숙련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로봇 훈련도 쉽지 않다. 류루이(劉蕊) 중국슝안그룹 산하 디지털도시기술 자회사 훈련사는 "로봇에게 물건을 집어 드는 기본 동작 하나를 가르치는 데만 1천 번 넘게 반복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쓰레기 한 조각을 집어 들고 몸을 일으킨 뒤 쓰레기통에 넣는 일련의 동작을 익혔다. 이 세 단계를 배우는 데도 일주일이 더 걸렸다.
로봇이 작업을 할 때마다 훈련 데이터가 생성된다.
훈련사들은 데이터에 라벨을 붙이고 동작을 세분화하며 각 프레임 속 객체를 식별해 로봇이 대상을 인식하고 어떻게 행동할지 판단할 수 있도록 한다.
중국정보통신연구원(CAICT)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 중국에서 완공됐거나 운영에 들어간 로봇 훈련시설은 70곳이 넘는다. 이 밖에 40여 곳이 건설 중이거나 계획 단계에 있다.
중국은 지난해 완제품 형태의 휴머노이드 로봇 제품을 400종 이상 개발해 전 세계 전체 제품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공식 자료에 나타났다. 또한 '2026 세계로봇대회(WRC)'에서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출하량 가운데 중국 제조업체가 차지한 비중은 97%에 달했다.
장레이(江磊) 국가지방공동건설휴머노이드로봇혁신센터 수석 과학자는 체화지능 로봇이 이미 '0에서 1'로 나아가는 단계는 넘어섰지만, '1에서 10'으로 규모를 확대하는 것은 여전히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표준화와 엔지니어링 관리, 파일럿 규모의 테스트 등이 병목 요인이라며 그 핵심은 로봇을 서로 다른 실제 환경에 적응시키는 능력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방대한 제조업 기반은 로봇 제조업체에 거대한 시장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로봇을 훈련·테스트하고 성능을 개선할 수 있는 다양한 실제 환경과 모의 환경도 제공한다.
로봇 학교와 훈련기지가 늘어나면서 훈련 데이터도 하나의 경제적 자원으로 바뀌고 있다. 이는 체화지능을 현실 세계에 적용하는 데 필요한 핵심 요소다.
공장과 창고, 식당 등 환경에 따라 로봇에 요구되는 힘과 정밀도, 동작 수준이 서로 다를 수 있다. 적용해야 할 환경이 워낙 다양한 만큼 충분한 양의 고품질 훈련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는 여전히 많은 비용과 어려움이 따른다.
업계 분석가들은 이러한 데이터의 상당 부분이 지금까지 체계적으로 수집·처리·저장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차오웨(曹越) 중국슝안그룹 산하 디지털도시기술 자회사 매니저는 슝안의 로봇 학교에서 생성된 훈련 데이터세트가 AI 모델 훈련에 활용되는 동시에 도시 데이터 공간에도 저장돼 향후 공유·거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의미에서 로봇 학교는 체화지능 훈련에 필요한 데이터라는 연료를 생산하는 '메가팩토리'이기도 하다.
항저우의 국가급 체화지능 응용 시범기지에서는 기업들이 공공 기술 플랫폼을 통해 컴퓨팅 파워와 데이터, 모델 서비스, 실제 적용 환경 테스트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장하이웨이(張海威) 항저우의 한 로봇 기술기업 창업자는 "과거엔 실제 적용 분야 하나를 개발하기 위해 훈련 데이터에만 수천만 위안을 써야 했지만 이제 스타트업들은 이 기지에 입주하면 국가급 혁신 자원을 한곳에서 활용할 수 있어 파일럿 단계의 연구개발(R&D)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모든 기업이 개별적으로 훈련장과 데이터 파이프라인, 테스트 환경을 구축하는 대신 공유 시설을 통해 비용을 분산하고 실험실의 시제품을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는 기계로 전환하기 쉽게 만든다는 구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