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신화통신) 약 1만2천500㎞에 달하는 대장정(大長征)이 막을 내린 지 90년이 지난 지금, 중국 공농홍군(工農紅軍) 장정이 남긴 가장 선명한 유산 중 하나는 단연 동일 이름의 로켓 시리즈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에서 발사 횟수가 가장 많은 발사체 중 하나인 창정(長征) 운반로켓은 반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인공위성, 유인우주선, 과학 탐사선을 궤도로 쏘아 올리며 중국의 우주 진출을 든든히 뒷받침해 왔다.
지난 1970년 4월 24일 중국 최초의 인공위성인 둥팡훙(東方紅) 1호를 싣고 하늘로 올라간 창정 1호를 시작으로, 창정 시리즈는 지난 10일 기준 총 671회의 궤도 발사 기록을 세웠다.
중국 우주 개발이 걸어온 궤적은 공농홍군의 장정을 빼닮았다. 두 여정 모두 극한의 역경과 굳건한 인내, 그리고 역경 속에서도 전진을 이뤄낸 불굴의 의지로 채워져 있다.
1960년대 중국이 최초의 로켓 개발에 착수했을 당시, 중국은 산업 기반이 취약했고 핵심 해외 기술엔 접근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중국 과학자들은 열악한 연구실에서 수동식 계산기를 두드리며 밤낮없이 개발에 몰두했다.
중국 최초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 역시 이처럼 혹독한 환경에서 기술 자립을 통해 난관을 극복하며 탄생했다. 1974년 8월 1일 취역한 이 잠수함에 부여된 이름 또한 '창정 1호'였다. 이후 건조된 중국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들 창정의 계보를 잇고 있다.
대장정의 유산은 이후 군사 및 기술 전반으로 확산됐다. 쭌이(遵義)함, 츠수이(赤水)함 등 해군 함정에도 대장정과 관련된 지명이 그대로 부여됐다.
중국의 대표 반도체 기업 룽신(龍芯, Loongson) 역시 2006년과 2016년에 선보인 반도체 칩 프로젝트 코드명을 각각 'CZ70'과 'CZ80'으로 명명했다. 여기서 CZ는 창정(ChangZheng)의 약자다.
중국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에게 대장정의 유산은 단순한 명칭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엄청난 난관 앞에서도 끝까지 버텨내고 궁극적인 성공을 믿으며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더욱 강인해지겠다는 각오의 표상인 것이다.
창정 3호 을(乙) 운반로켓의 초대 총설계자이자 총지휘관이었던 룽러하오(龍樂豪)는 과거 발사 실패 당시를 회상하며 "하룻밤 사이에 머리가 하얗게 세어버렸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당시 연구팀은 30일 동안 밤낮으로 연구한 끝에 실패 원인을 규명해 냈다. 그리고 약 551일 뒤 창정 3호 을 운반로켓은 탑재체를 목표 궤도에 성공적으로 올려놓았다.
달과 화성 탐사선 수송을 위해 설계된 창정 5호 역시 2017년 두 번째 비행에서 고배를 마셨다. 그러자 연구팀은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철저한 검증과 반복적인 시험을 진행했다.
2019년 12월 27일 세 번째 비행에 성공한 창정 5호는 이후 수많은 우주선을 우주로 실어 날랐다. 그중에는 달 뒷면의 토양과 암석 시료를 채취해 지구로 가져오는 임무를 완수한 중국 달 탐사선 창어(嫦娥) 6호도 포함됐다.
중국의 도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7월에는 창정 10호 을 운반로켓의 1단 로켓 회수에 성공하며 재사용 로켓 기술 확보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중국은 오는 2030년 이전 자국 우주비행사의 달 착륙을 실현하고, 2028년 무렵엔 화성 시료 채취 후 귀환이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나아가 혁신 국가이자 세계 일류의 과학기술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비전 역시 차근차근 추진해 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