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파면을 결정했다. 계엄령 선포의 불법성과 국회의원 강제연행 지시 등 5개 탄핵 사유 전부가 사실로 인정되면서, 윤 대통령은 헌정사 두 번째 파면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안게 됐다.
헌재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했고 헌법 수호 의무를 저버렸다”고 지적하며, 대통령직 유지 자체가 헌법 질서에 위협이 된다는 이례적인 표현까지 동원했다.
“계엄령은 불법”… 국가긴급권 남용, 헌정파괴로 판단
헌재는 윤 대통령이 선포한 12·3 계엄령이 헌법상 요건을 충족하지 않은 명백한 위법 행위라고 판단했다. 당시 국가비상사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국회와 사법부 등 헌정기관에 대한 압박을 위해 군을 동원해 계엄령을 발동한 것은 "국가긴급권의 남용"이며, 이는 "헌정질서를 중대하게 훼손한 행위"라고 규정했다.
헌재는 특히 “국가긴급권은 정당한 법적 절차를 우회하려는 수단이 아니다”라며 윤 대통령이 과거 군부정권 시절의 계엄 쿠데타를 연상케 하는 방식으로 권력을 행사했다고 비판했다.
“군 동원해 국회의원 끌어내라 지시”… 내란 시도 사실로 인정
헌재는 윤 대통령이 계엄 해제를 위한 국회의 의결을 저지하기 위해 육군특수전사령부 지휘관에게 국회의사당에 진입해 “문을 부수고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내린 사실을 인정했다.
이러한 행위는 헌법기관에 대한 명백한 물리적 침탈 시도이며, 헌재는 이를 “내란의 예비·음모에 해당할 소지가 있는 중대한 위헌행위”로 규정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대통령이 직접 군사력을 이용해 입법부를 장악하려 한 최초의 사례로,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정치인 위치추적·체포 시도도 사실로… 사법권 침해까지
윤 대통령과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당시 국군방첩사령부를 통해 국회의장과 야당 대표 등 14명의 위치를 추적하고 필요시 체포를 지시한 정황도 사실로 드러났다. 심지어 그 대상에는 퇴임한 전 대법원장과 전직 대법관도 포함돼 있었다.
헌재는 이를 두고 “군과 정보기관을 동원해 정적을 탄압하고, 사법부의 독립성을 침해하려 한 중대한 위헌”이라고 강조했다. 국정원이 이 지시에 협조한 정황도 확인되었으며, 이는 군·정보기관이 대통령의 정권 유지 수단으로 악용된 사실을 방증한다는 평가다.
‘경고성 계엄’ 주장도 기각… ‘부정선거론’은 허위 전제로 판단
윤 대통령 측은 “국민들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한 경고성 계엄이었다”는 주장을 폈지만, 헌재는 “계엄법상 그러한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또한 계엄의 근거로 제시된 ‘부정선거 의혹’에 대해서도 “의혹만으로는 중대한 국가 위기를 구성할 수 없으며, 객관적인 위기상황도 존재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결국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정치적 목적을 위한 ‘허위 위기조성’이었으며, 이는 대통령의 헌법적 권한을 사적으로 남용한 대표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절차적 쟁점도 전부 기각… “탄핵소추는 적법”
윤 대통령 측이 탄핵의 절차상 위법을 주장하며 내란죄 철회나 국회 법사위 절차 누락 등을 문제 삼았지만, 헌재는 이 또한 “탄핵소추의 적법성을 훼손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특히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도 사법심사의 대상이 된다”며 대통령 권한도 헌법에 종속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일사부재의 원칙 위반 주장 역시 기각됐으며, 이는 탄핵소추안이 합법적으로 성립되었음을 헌재가 재확인한 셈이다.
역대 최장 탄핵심판… 122일 만에 ‘파면’ 결정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은 한국 헌정사상 가장 오랜 심리와 평의 기간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14일 탄핵소추안이 접수된 후 11차례 변론을 거쳤고, 평의는 무려 한 달 이상 이어졌다.
헌재는 전원일치라는 이례적인 결정을 통해 대통령의 중대한 헌법 위반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천명했다.법조계에서는 이번 결정을 두고 “헌재가 대통령의 권력을 견제할 수 있다는 헌법주의 정신의 승리”라고 평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