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경제

피앤씨테크, 305억 주고 산 광명전기 지분… 3주만에 '100만원짜리' 페이퍼컴퍼니에 넘겨

정재현 기자 2026. 7. 22.

코스닥 상장사 피앤씨테크가 수백억 원을 들여 사들인 광명전기 지분을 설립된 지 3주밖에 되지 않은 자본금 100만 원짜리 유한회사에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 과정에서 실제 오간 현금은 없었으며, 피앤씨테크는 그 대가로 해당 유한회사의 지분 98.40%를 확보했다. 서류상 광명전기의 최대주주 명의는 교체됐으나, 실질적 지배력은 피앤씨테크에 그대로 남는 구조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피앤씨테크는 지난 4월 17일 보유 중이던 광명전기 지분 23.66%(1025만 4778주)를 '에이치케이홀딩스 유한회사'에 양도했다. 주당 1200원씩 약 123억 원 규모다.


3주 된 100만 원짜리 법인이 상장사 지분 123억 원어치 받았다
지분을 넘겨받은 에이치케이홀딩스는 양도 3주 전인 3월 24일 자본금 100만 원으로 설립됐다. 등재 임원은 김홍식 대표 1명뿐이며, 본점 소재지는 피앤씨테크가 2017년부터 운영해 온 나주지점과 동일하다.


피앤씨테크는 양도대금 123억 원을 현금으로 받는 대신, 에이치케이홀딩스가 새로 발행한 지분 12만 3057좌로 전액 출자전환했다. 돈 대신 신설 회사의 지분을 받아 98.40%의 단독 지배 구조를 완성한 것이다. 이 거래로 광명전기의 최대주주는 피앤씨테크에서 에이치케이홀딩스로 바뀌었지만, 그 위에 피앤씨테크가 자리하면서 지배력의 소재는 달라지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이 구조가 상법상 상호주 의결권 제한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피앤씨테크와 광명전기는 지난 2월 이후 서로의 지분을 10%가 넘게 보유한 상태였다.


회사의 대외 해명과 공식 기록은 엇갈렸다. 지분 양도 사흘 뒤인 4월 20일 피앤씨테크는 언론 취재에 "김홍식 대표의 에이치케이홀딩스는 광명전기, 피앤씨테크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주소가 자사 지점과 같다는 지적에는 "당사 지점이 맞다"며 "사무공간을 임대해 준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발언 시점에 이미 피앤씨테크는 해당 법인의 지분 98.40%를 쥔 상태였다. 이틀 뒤인 4월 22일 회사는 광명전기 대량보유상황보고서를 직접 제출했고, 5월 15일 낸 1분기보고서에는 에이치케이홀딩스를 엄연한 '종속기업'으로 기재했다.


상장사는 305억 출혈·192억 담보…경영권은 오너 개인에게
자금 흐름과 손실의 귀속은 비대칭적이다. 피앤씨테크는 광명전기 인수를 위해 지난해 2월 서울 방이동 사옥을 280억 원에 매각하고 신규 차입까지 동원해 305억 원을 썼다.


부실기업인 광명전기 인수 여파는 회계 장부에 곧바로 반영됐다. 2024년 432억 원, 2025년 681억 원의 순손실을 낸 광명전기를 품은 탓에, 피앤씨테크는 취득 첫해에만 지분법손실과 손상차손으로 취득가의 58%에 달하는 177억 원을 손실 처리했다.

본업인 배전자동화 단말장치 사업에서는 영업이익 흑자를 냈으나, 이 거래 하나로 지난해 전체 순손실 179억 원을 기록했다. 이에 더해 지난 1월 21일에는 이사회 결의로 본점인 과천 지식산업센터 5개 호실을 광명전기 차입금 담보(설정액 192억 원)로 제공하기까지 했다.


이처럼 소액주주 지분이 60% 안팎인 상장사 피앤씨테크가 취득 대금 305억 원, 확정 손실 177억 원, 담보 위험 192억 원을 감당한 사이, 확보된 경영권은 조광식 전 대표 개인에게 향했다.


광명전기는 지난 6월 29일 이사회를 열고 기존 대표이사 전경우·원호정을 해임하고 조광식 전 피앤씨테크 대표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조 대표는 바로 다음 날인 6월 30일 피앤씨테크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광명전기는 4월 7일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 사유가 통보돼 매매거래가 정지된 상태이며, 4월 28일 한국거래소로부터 2027년 4월 14일까지 개선기간을 부여받았다.


조 대표는 피앤씨테크 대표직에서는 물러났으나, 지난 6월 16일 기준 38.07%의 지분을 보유하며 최대주주 지위는 유지하고 있다. 광명전기 대량보유보고에는 조 대표와 피앤씨테크 임직원 조민수 씨가 개인 명의 지분을 들고 특별관계자로 등재돼 있다. 상법이 이사가 회사의 사업기회를 이용하거나 거래할 때 이사회 승인과 엄격한 공정성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이번 자금 흐름을 둘러싼 적절성 논란이 예상된다.

광명전기와 피앤씨테크에 에이치케이홀딩스와의 지분 거래에 대해 수 차례에 질의했지만, 이렇다할 답변을 받지 못했다. 광명전기는 "현재 회사내부가 어수선하다. 별도로 밝힐 입장이 없다"고 밝혔고, 피앤씨테크는 "언론 대응을 하지 않는다"고만 짧게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