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경제

포스코이앤씨 '고의 파산' 논란... OECD 제소 사태

한국을 대표하는 건설사 포스코이앤씨가 브라질에서 2600억 원대 '고의 파산' 의혹에 휩싸였다. 막대한 부채를 남긴 채 자회사를 파산시키는 꼬리자르기식 행태로 브라질 채권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포스코 본사를 제소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정재현 기자 2026. 8. 20.

한국을 대표하는 건설사 포스코이앤씨가 브라질에서 2600억 원대 '고의 파산' 의혹에 휩싸였다. 막대한 부채를 남긴 채 자회사를 파산시키는 꼬리자르기식 행태로 브라질 채권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포스코 본사를 제소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단순한 기업 간 분쟁을 넘어 브라질 정부의 외교적 압박과 현지 '포스코 먹튀 방지법' 발의, 전직 임원들의 인터폴 적색수배까지 겹치며 '글로벌 기업시민'을 표방한 포스코의 도덕적 해이가 시험대에 올랐다.

◆ 계좌엔 단돈 '2만 7천원'...법원도 "본사가 갚아라" 철퇴

사건의 진원지는 약 54억 달러(약 7조 4000억 원) 규모의 브라질 세아라주 페셍 산업단지 내 CSP 제철소 건설 프로젝트다. 초대형 국책 사업을 마친 포스코이앤씨 브라질 법인은 돌연 파산을 선언했다. 이로 인해 하도급 업체의 공사대금, 장비 임차료는 물론 노동 채권과 세금까지 총 10억 헤알(약 2600억~3000억 원) 규모의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현지 채권단은 이를 치밀하게 기획된 '고의 파산'으로 규정한다. 파산 신청 직전 브라질 법인 계좌에 남겨진 돈은 불과 109헤알(약 2만 7천원)에 불과했다. 부채 상환을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자산을 은닉하고 자금을 해외로 빼돌린 빈 껍데기만 남겼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브라질 사법부도 이례적으로 강경한 판단을 내렸다. 현지 법원은 포스코 한국 본사가 브라질 법인 지분 99%를 쥐고 재무와 법률 전략을 직접 지휘했다고 판단, 현지 법인과 한국 본사를 동일체로 간주하는 '법인격 부인(Piercing the Corporate Veil)' 결정을 내렸다. 방패막이로 세운 자회사 뒤에 숨지 말고 한국 본사가 직접 빚을 갚으라는 엄중한 경고다.

◆ 재무 악화 속 '깜깜이 공시' 논란...투자자 기만 의혹

본사의 불투명한 대응과 악화된 재무 상황도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해 10월 브라질 법인 파산 사실은 포스코홀딩스의 그룹 단위 공시에는 기재됐으나, 정작 포스코이앤씨의 2026년 1분기 분기보고서 내 '우발부채 및 소송' 항목에서는 쏙 빠졌다. 시장에 미칠 파장을 우려한 '깜깜이 공시'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본사의 기초 체력도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4902억 원의 뼈아픈 영업손실을 낸 포스코이앤씨는 부채비율이 175.54%까지 치솟았다. 최근에는 채무 상환 명목으로 4000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까지 결정하며 자금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 OECD 제소에 인터폴 수배까지...'외교 리스크' 전락  

사태는 이제 기업을 넘어 국가 간 외교 마찰로 번지고 있다. 자국 구제 절차에 한계를 느낀 국제포스코채권자협회(AIC-POSCO)는 브라질 국내연락사무소(NCP)에 포스코홀딩스와 포스코이앤씨를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위반으로 제소했다. 

이들은 제소장을 통해 5억 헤알 규모의 에스크로 계좌 누락과 파산 절차 증인에 대한 150만 헤알 규모의 매수 시도 등 충격적인 의혹을 폭로했다.

미지급 채무에 브라질 연방재무국이 거둬들여야 할 4000만 헤알 이상의 조세 채권이 포함되면서 브라질 외교부까지 칼을 빼 들었다. 주한 브라질대사관을 통해 포스코 본사를 직접 압박하고 나섰으며, 브라질 연방하원에서는 아예 외국계 모회사의 초국적 재산 책임을 묻는 보완법률안(PLP 215/2026)이 발의됐다. 제안 이유서에 '포스코'가 입법의 근거로 명시되는 국제적 굴욕까지 맛봤다.   

여기에 과거 2020년 공문서 위조 및 노동권 침해 혐의로 브라질 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전직 한국인 임원 4명에 대해서는 올해 1월부터 인터폴 적색수배까지 내려진 상태다.

해외 대형 프로젝트 수주전에서 기업의 도덕성과 투명성은 곧 수주 경쟁력이다. 단기적인 재무 손실을 피하려다 '먹튀 기업'이라는 오명을 쓴 포스코이앤씨의 꼬리자르기는 결국 중남미 시장 전체에서 'K-건설'의 대외 신인도를 무너뜨리는 부메랑이 되고 있다.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책임 경영과 진정성 있는 사태 해결 없이는 국제 사회의 차가운 시선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정재현 기자 wogus379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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