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경제

매출 0원 미국 법인에 47억…원풍물산, 회수 못 한 채 또 대여

정재현 2026. 7. 27.

코스닥 상장사 원풍물산이 매출이 없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의 미국 법인에 수년째 자금을 대여하고 전액 회수 불능으로 처리하면서도, 지난해 다시 자금을 내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외부감사인은 이 자금 대여를 문제 삼아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비적정 의견을 냈다.

한길회계법인은 원풍물산의 2025사업연도 감사보고서를 통해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한 비적정 의견을 냈다. 감사인은 "자금 상환 능력이 충분하지 않은 거래상대방에 대여가 이뤄져 재무제표에 중요한 손실을 포함할 수 있다"며 자금 대여 통제 절차의 취약점을 정조준했다.

감사인이 지목한 상대는 미국 법인 SUNDIODE INC(썬다이오드)와 그 자회사인 ㈜썬다이오드코리아다. 감사인은 강조사항을 통해 보고기간 말 기준 이들 회사에 47억 8316만 원이 대여되어 있으며, 해당 금액 전액에 대해 대손충당금이 설정돼 있다고 명시했다. 받을 이자를 뜻하는 미수수익 6억 5894만 원 역시 전액 회수 불능(대손)으로 처리됐다.

특히 2025년에도 이들을 향한 자금 유출은 멈추지 않았다. 원풍물산은 당해 썬다이오드에 4억 4070만 원을 새로 빌려줬으나 회수액은 전무했다. 주목할 점은 특수관계자 대여금 대손충당금 증가액(전기말 47억 87만 원→당기말 51억 4157만 원)이 그해 신규 대여액 4억 4070만 원과 원 단위까지 일치한다는 것이다. 자금을 빌려준 시점부터 이미 회수 가능성을 제로(0)로 판단하고 전액 손실 처리한 셈이다.

자금을 받아 간 썬다이오드의 재무 상태는 원풍물산 사업보고서에도 고스란히 실려 있다. 2025년 기준 매출은 0원, 당기순손실은 7억 6756만 원을 기록했다. 자산은 11억 1035만 원에 불과한 반면 부채는 37억 6406만 원에 달해,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26억 5371만 원인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매출이 없고 부채가 자산을 26억 원 이상 초과한 회사에 상장사의 자금이 일방적으로 투입된 구조다.

두 회사와 원풍물산의 관계는 이렇다. 원풍물산이 지분 30.4%를 보유한 썬다이오드는 손실 누적으로 장부가액(취득원가 32억 4727만 원)이 '0원'이 된 지 오래다. ㈜썬다이오드코리아는 2014년 10월 썬다이오드가 100% 출자해 세운 한국 법인으로, 원풍물산과 직접적인 지분 관계가 없음에도 15억 8500만 원이 직접 대여됐다. 사업보고서 임원 겸임 현황에 따르면 이두식 원풍물산 대표이사는 이 한국 법인의 대표이사를 겸하고 있으며, 회사는 본지 질의에 SUNDIODE INC의 이성수 부사장이 이두식 대표의 동생이라고 확인했다.

원풍물산은 이 대여금에 대해 기술 개발과 상용화, 타사 제휴나 인수합병 진행 상황과 연계해 회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 어디에도 이 대여금의 약정 이자율과 만기, 상환 조건, 담보 유무는 기재돼 있지 않다.

반면 자금을 지원한 원풍물산의 재무 건전성은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 2025년 매출액은 169억 3520만 원으로 전년 대비 25.5% 급감했고, 영업손실 71억 9947만 원, 당기순손실 75억 7532만 원을 냈다. 영업손실률이 매출의 42.5%에 달한다. 자본금 203억 4684만 원에 자본총계는 142억 9226만 원으로 자본잠식률은 29.76%까지 치솟았다.

본업에서의 현금 창출력을 보여주는 영업활동현금흐름 역시 마이너스(-) 38억 718만 원이다. 회사는 유동성 확보를 위해 지난해 2월 본사 부지까지 매각해 잔금 205억 4080만 원을 받았고, 이 중 172억 5014만 원을 단기차입금 상환에 쏟아부었으나 기말 현금은 오히려 기초 대비 16억 원 줄어든 27억 1855만 원에 불과했다.

썬다이오드 측에 투입된 대여금과 미수이자, 지분 취득원가를 합해 회수 불능으로 처리된 금액만 총 86억 8937만 원이다. 이는 원풍물산 전체 자본(142억 9226만 원)의 61%에 달하는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