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장사 SKAI(옛 비트나인·스카이월드와이드)의 최대주주가 회사로부터 받은 50억 원짜리 전환사채가, 불과 넉 달 만에 111억 원어치로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사채를 받은 시점은 주가가 바닥을 기던 때였고, 전환가액 역시 그 바닥 수준에 고정돼 있었다. 거래의 정당성을 떠나, 그 '타이밍'을 둘러싼 의문이 제기된다.
SKAI는 지난 1월 28일 최대주주인 디렉터스컴퍼니로부터 비상장 계열사 스카이인텔리전스 지분을 235억6,000만 원에 사들이는 거래를 마무리했다. 이 가운데 잔금 50억1,000만 원을, 회사는 현금이 아니라 자사가 발행한 제5회차 전환사채로 디렉터스컴퍼니에 넘겼다.
주목할 대목은 결제 방식이 도중에 바뀌었다는 점이다. 지난해 12월 19일 처음 공시된 계약서에는 잔금을 '전액 현금'으로, 자금 조달은 '자기자금 및 유상증자 자금'으로 한다고 돼 있었다. 그러나 한 달여 뒤인 1월 28일 회사는 공시를 정정해, 잔금의 대부분인 50억1,000만 원을 전환사채 대용납부로 갈음한다고 바꿨다.
같은 정정에서 계약금과 중도금 지급일도 함께 수정됐다. 회사는 정정 사유를 '단순 오기 정정'과 '잔금 지급방법 변경'이라고 밝혔다. 거액의 결제 수단이 현금에서 사채로 바뀌고 지급 일자까지 사후에 고쳐진 것을 '단순 오기'로 표현한 데 대해, 시장에서는 거래의 실질이 처음 공시와 달랐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이 사채가 만들어진 경위와 시점이다. 제5회차 전환사채는 지난해 10월 1일 사모 방식으로 발행됐다. 인수자는 자본금 5,000만 원, 자본총계가 100만 원에 불과한 (주)씨앤에이치에쿼티파트너스라는 1인 법인이었다. 그런데 SKAI는 발행 2주 만인 10월 15일 이 사채 전액을 도로 사들였다. 50억 원 규모의 사채를 발행하자마자 회사 돈으로 되사 자기 금고에 넣어둔 셈이다. 그렇게 보관하던 사채를 석 달 뒤 최대주주인 디렉터스컴퍼니에게 잔금 대신 건넨 것이다.
이 사채의 전환가액은 주당 2,324원이다. 발행 당시인 지난해 10월 SKAI 주가는 2,000원 안팎이었고, 사채가 최대주주에게 넘어간 올해 1월 말까지도 1,400~2,000원대 박스권에 머물렀다. 전환가액이 사실상 주가 바닥 수준에 묶여 있었던 셈이다.
상황이 달라진 것은 직후였다. 2월 중순부터 주가가 움직이기 시작해, 3월 들어 관계사 스카이인텔리전스가 엔비디아의 AI 콘퍼런스 'GTC 2026'에 발표 연사로 참여하고 글로벌 명품그룹 LVMH와 협력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주가는 급등했다. 1,400원대까지 떨어졌던 주가는 두 달여 만에 5,000~6,000원대로 올라섰다. 4일 현재 주가는 6,000원 대 고점을 을 찍고, 15일 4000원 대를 유지하고 있다.
전환가액 2,324원과 현재 주가 5,150원을 견주면, 사채를 전부 주식으로 바꿀 경우 디렉터스컴퍼니가 받게 될 주식 215만여 주의 가치는 약 111억 원에 이른다. 잔금 명목으로 받은 50억 원이, 장부상 두 배 넘게 불어난 것이다. 전환 청구는 오는 10월 1일부터 가능하다. 디렉터스컴퍼니는 잔금을 회수한 데 더해, SKAI 지분 5.92%를 낮은 가격에 확보할 수 있는 권리까지 손에 쥐게 됐다.
거래 구조도 통상적이지 않다. 사채를 발행한 SKAI와 이를 받아 간 디렉터스컴퍼니의 대표는 모두 창업자인 신재혁 동일인이다. SKAI 이사회 역시 이 거래가 양쪽 대표가 같은 '쌍방대표' 거래임을 회의록에 적시하고 상법상 자기거래 승인 절차를 거쳤다. 사실상 회사를 지배하는 오너가, 자신이 지배하는 다른 회사에 회사의 사채를 넘긴 모양새다.
거래의 토대가 된 스카이인텔리전스의 몸값을 둘러싼 의문도 가시지 않는다. 이 회사는 2025년 36억 원대 당기순손실을 낸 적자 기업이지만, SKAI는 약 795억 원의 기업가치를 적용해 지분을 사들였다. 적자 회사에 이런 평가가 적정한지를 두고 이미 여러 의구심이 제기됐다. 회사는 외부평가기관의 '적정' 의견을 근거로 들고 있으나, 795억 원이라는 가치가 어떤 방법과 가정으로 산출됐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더구나 주가 상승을 이끈 'AI 신사업'의 실체가 다름 아닌 이번 거래로 사들인 바로 그 스카이인텔리전스라는 점에서, 고가에 사들인 계열사가 다시 주가 부양의 재료로 쓰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작 SKAI 본체는 올해 1분기에도 매출 32억 원에 영업손실 17억 원, 당기순손실 56억 원을 기록한 적자 기업이다.
이를 종합하면, 적자 계열사를 고가에 자기 자신으로부터 사들이고, 그 대금을 주가 바닥에 묶어둔 전환사채로 치른 뒤, 해당 거래를 'AI 신사업'으로 내세워 주가를 끌어올리는 흐름이 한 줄로 이어진다. 결과적으로 오너는 자금 회수와 지배력 강화, 그리고 주가 상승에 따른 평가차익을 한 거래에서 함께 겨냥할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됐다. 그 비용은 회사 자산의 상당 부분이 검증되지 않은 계열사 지분과 잠재적 희석 물량으로 바뀐 일반 주주의 몫으로 남는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주가가 가장 쌀 때 전환가액을 정해 둔 사채가 최대주주에게 흘러간 뒤 주가가 급등한 흐름은, 결과적으로 오너에게 막대한 평가차익을 안기는 구조"라며 "거래의 적법 여부와 별개로 그 시점과 순서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